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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발칙한 유럽 산책> - 빌 브라이슨


여행 정보/여행기 서평 2009.08.05 05:51




빌 브라이슨이 누군지 난 모른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저쪽 동네에서는 꽤 잘나가는 여행 작가라고 한다. 그런가 보지. 이 책을 골랐던 것은 서평이나 저자 때문이 아니었다. 서점의 여행 코너에서 대충 훑어보는데 여행기 책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사진이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삽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만으로 채워진 여행기다. 그래서 흥미가 생겨서 구입했냐고? 아니, 솔직히 내가 왜 이 책을 골랐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놓고 꽤 오랜만에 읽은 탓이다.

꽤 재미있는 책이라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의미심장한 책이다. 자기가 갔던 곳들에 대해 좋았던 점, 안좋았던 점을 꽤 날카롭게 쓰거나 좀 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표현도 아주 서슴없이 등장한다. 읽는 내가 당황할 정도의 표현들이 난무한다. 지난 번 통영 여행기에 통영시 공무원들을 까기는 했지만, 이 사람은 나보다 한 수위다.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다. 공무원들의 불친절함이나 무뚝뚝함은 대한민국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해주기도 한다. 성과 관련한 농담도 서슴없이 등장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라면 무척 불쾌하게 여길만한 표현도 참 자주 나온다.

그야말로 깔 껀 까고, 좋았던 것은 좋았다고 자신이 느낀 것이나 경험담을 쓰는 것이다. 다만, 그가 보고 느낀 것과 글로 표현한 것들 중에 얼마나 과장이 섞였고, 있는 그대로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브라이슨이 여행을 다녔던 것은 1990년 경으로 무려 20년전이다. 유고슬라비아는 아직 내전으로 나라들이 쪼개지기 전이다. 불가리아 소피아는 글 내용만 보면 무척 음울하고 답답하여 과연 가도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년전엔 말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최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다간 낭패다.

이 책을 꽤뚫고 있는 관점은 여행의 즐거움과 고난인 것 같다. 브라이슨은 자신의 여정을 꽤 자세하게 쓰긴 했지만, 정작 갔던 곳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 속에서 느끼는 점을 브라이슨의 문체로 표현한다. 브라이슨이 이 책을 쓸때 그런 상세한 여행 정보는 "전문가"(물론 "전문가"들이 만든 여행 정보 자료집에 대한 불만을 여기저기서 대놓고 쓰고 있기도 하다) 여행이든 관광이든 다른 곳을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기쁨, 분노, 실망, 허탈 등등을 자신만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쓴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보다 여행기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예시를 제시하는 것 같다. 브라이슨이 이 책에서 쓴 경험들은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경험들을 했을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걸 글로 써서 공개하느냐 아니냐, 공개한다면 어떤 식으로 쓰느냐의 차이인것 같다. 솔직한 글쓰기, 그게 이 책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 부분에 참 인상깊은 문장이 나온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먼추고 싶지 않게 하는 타성이 있다.
-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385쪽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3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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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ping.tistory.com BlogIcon Tping 2009.08.05 16:50 신고 Modify/Delete Reply

    앗,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그 브라이슨이 여행기를 쓰다니? 너무 어려워서 몇번을 다시 읽었던 그책을 쓴 그 사람? 우선은 별로 연결이 되지 않네요. 어쩌면 그래서 더 호기심이 가기도 하구요. 흠.. 솔직하게 쓴 글이라 하니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 Favicon of http://historytravel.tistory.com BlogIcon deutsch 2009.08.06 01:50 신고 Modify/Delete

      음 저는 Tping님이 말씀하신 책은 금시초문입니다 -0-;;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 (주거니 받거니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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