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 완도 여행기 - (1/2) 가짜 청해진과 진짜 청해진


대한민국 2010.05.31 16:48
2009년 7월말, 완도를 다녀왔다. 원래 거제도를 가려고 했으나, 그때 날씨 때문에 거제도 대신 청해진장보고, 그리고 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청석도 등도 있어서 완도로 바꿨다.

토요일이라 아침에 출발하면 분명 기흥까지는 밀릴 것이 뻔해서 새벽 3시에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새벽 경부고속도로는 그냥 레이싱 경연장이었다. 시속 110km ~ 120km로 달려도 툭 하면 다른 차들이 나를 추월해 순식간에 앞으로 달린다. 대체 몇 km로 달리는지 모르겠다. 다만, 새벽에 달리다보니 뭔 놈의 하루살이들이 그리 달려드는지. 자동차 전조등만 보고 달려드는 하루살이들때문에 전면 유리창과 범퍼, 사이드미러 등이 벌레 시체로 가득하다. 겨울이 아니라 7월이어서 그랬나보다. 결국 완도 다녀오자마자 세차해야 했다. 낮에 졸리긴 했는데, 저녁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출발하면 아침에 휴게소나 대중탕에서 한숨 푹 자는 게 좋을것 같다.

그렇게 6시간을 달려 완도대교를 건너자 "건강의 섬 완도"라는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완도섬이다.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관광안내소가 보였다. 이른 시각이라 문을 열지 않았지만, 안내소 창가에 관광지도를 쌓아두고 있었다. 일단 지도 한 장 챙겨들어 목적지를 점검했다. 완도섬으로 들어서면 길은 양쪽으로 갈라진다. 섬 동쪽에서는 강진 방향으로 고속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청해진 유적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뭍에서 완도를 바라봤을때 왼쪽 방향으로, 섬의 동쪽이다. 오른쪽. 그러니까 섬의 서쪽으로 돌게 되면 드라마 《해신》의 셋트장으로 건설된 짝퉁(??) 청해진으로 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나는 해신 셋트장을 먼저 선택했다. 섬 서쪽에 있는 해신 셋트장으로 달렸다. 섬의 해안도로는 역시 굽이굽이 커브가 심하다. 완도도 예외가 아니다. 천천히 몰았다. 조수석 창문으로 남해 바다와 김 양식장이 눈에 들어온다. 제법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보여서 세웠는데, 하필 공동묘지다. 공동묘지용 주차장이다. 세울 때는 몰랐다. 서향을 하고 김 양식장과 남해 바다를 내려보며 조성된 공원묘지였다.

NIKON D90 | 2009:07:04 09:02:05

공동묘지 뒤로 보이는 바다와 뭍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이 아마 해남군일 것이다.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땅끝마을은 사진 왼쪽 끝 어디쯤이 아닐까. 완도까지 온 김에 해남 땅끝마을도 가볼까 했지만 말았다.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또 ISO 조정 안하고 찍은걸까 -0-;; (수동 촬영을 주로 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낮에 ISO 감도 낮추는 걸 깜박한다. 난 아직 멀었다, 흑) 묘지만 아니면, 이곳엔 공중화장실이 있다. 잠시 급한 볼 일이 있으신 분들은 들르면 좋을 듯 하다.

NIKON D90 | 2009:07:04 09:05:04

잠시 딴 소리. 네가 참 고생이 많다. 3월에 산 17년된 92년식 세피아. 전 주인은 17년 동안 54400 km를 달렸는데, 나한테 넘어와서는 불과 4달 동안에 9천 km를 달렸다. 노구를 이끌고 편히 쉬지도 못하고. 네가 참 고생이 많다. 그래도 저 친구 덕에 여기저기 잘 쏘다닌다. 잠시 소변을 보고 다시 달렸다.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가다보니 점점 길이 구불구불해져 해신 셋트장에 도착할때까지는 거의 앞만 보고 달렸다. 바다 풍경은 기억나는게 없다. 혹시나 운전 미숙으로 바다로 풍덩 다이빙하지는 않을까 싶어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공원묘지에서 한참 달리다보니 표지판이 나오고 불쑥 나부끼는 깃발들이 보였다. 표지판이 없어도 한 눈에 짝퉁(?) 청해진이라고 과시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6mm 카메라를 든 남자와 리포터를 하는 여자 1명이 뭔가 촬영을 하고 있었다. 주차장 주변을 돌며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녹화를 하고 있었다. 청해진 셋트를 취재온 것 같았는데, 전문 VJ라기보다는 대학생들이 실습온 것같았다. 나중에 셋트장 이곳저곳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친구들은 그렇다 치고, 아침부터 이글이글 타오르는 뙤약빛을 뒤집어쓰면서 셋트장으로 내려갔다.

NIKON D90 | 2009:07:04 09:24:05

셋트장으로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서자 정자가 하나 보이고, 앞바다에 둥둥 떠있는 양식장이 보인다. 떠오르는 건 김양식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 뿐.

NIKON D90 | 2009:07:04 09:28:36

정자 옆으로 난 오솔길. 여기서도 장보고 찍었을까?


NIKON D90 | 2009:07:04 09:35:01

셋트장 초입의 초가집


이 초가집은.... 모르겠다. 메모를 안해놨다. 주인공들이 살았던 곳으로 설정해놓은 초가집이었던 것 같다. 옆면에 이 집이 출연한(?) 곳을 액자로 만들어 붙여놓고 있었다.

NIKON D90 | 2009:07:04 09:35:50

마을 전경


가짜 청해진의 마을이다. 아침 9시 35분인지라 아무도 없다. 마을을 돌아본 후 여기가 진짜 《해신》을 찍은 곳이 맞나 싶었다. 집도 몇 채 없고 거리도 짧다. 신라방셋트장은 가보지 않아서 그쪽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 얼마되지 않은 공간을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번화한 곳처럼 찍었나 싶다. 여기서 직진하면 청해진 재현 세트장이 나온다. 청해진 셋트는 잠시 뒤에 보기로 하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NIKON D90 | 2009:07:04 09:41:34

마을 정면 바닷가


셋트장은 작은 만을 끼고 있다. 수심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해수욕도 가능할 듯 싶지만, 해수욕장으로 조성되어 있지는 않다. 이 셋트장은 《해신》뿐만 아니라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도 찍었다는데, 《태왕사신기》는 아마 광개토대왕이 대륙 백제[각주:1]를 공격할때 백제 수군을 기습하는 장면에서 사용한 것 같다. 그 장면도 그렇고, 해신에서도 꽤 넓은 바다처럼 보였었는데, 실제 보니 무척 작다. 하긴 셋트장 자체도 작은 편인데.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중후장대를 추구하는 건가 -.- 마을에서 만을 바라보고 왼쪽은 중국에서 장보고가 활동했던 양주를 셋트장으로 만들었고, 오른쪽에는 이도형(김갑수) 일파의 근거지를 만들어놓았다. 바닷가를 돌아 양주 포구(?)를 먼저 찾았다.

NIKON D90 | 2009:07:04 09:43:41

청해진 앞 바다. 맑다고 하기에는 좀...


NIKON D90 | 2009:07:04 09:44:08

양주 포구 셋트 (1)


그래, 이게 양주포구다. 저게 전부다. 이럴수가 싶다. 점점 실망이 쌓였다. 궁복(장보고)가 살던 마을 못지 않게 초라하다. 양주 자체는 신라방 셋트에서 따로 만들어놨겠지만 저 정도 규모로 포구를 재현한 것이다. 그런데 TV에서 볼때는 무척 큰 포구처럼 보였으니... 편집의 승리다.

NIKON D90 | 2009:07:04 09:44:35

양주 포구 셋트 (2)


양주 포구의 어느 집. 저게 당시 당나라 식으로 제대로 지은 건지, 아니면 대충 만든 건지는 모르겠다. 꽤 오래 전 드라마지만, 양주 포구 장면을 이런 곳에서 찍었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관리도 부실해서 내가 갔을때는 거미줄까지 쳐져 있었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시설은 그렇다 치고, 거미줄은 제거했을지 모르겠다.

NIKON D90 | 2009:07:04 09:44:54

양주 포구 셋트 (3)


망루를 재현해놓았다. 올라가볼까 했는데,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분위기에는 안맞겠지만, 안전하게 나선형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어서 올라갈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남해안 바다 감상을 시원하게 바닷바람 쐬면서 할 수 있게 말이지. 처음에는 그냥 저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랬다간 무너질까 겁났다. 이때 내 몸무게가 120kg였는데 (지금은 113kg) 저게 버티겠냐고. 투덜투덜.

NIKON D90 | 2009:07:04 09:46:43

양주포구에 정박하는 무역선들을 위한 방파제.....는 아니고 ;;;; 드라마 촬영때 저 양식장 시설은 어떻게 가렸을까? 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웠으려나 ;;


NIKON D90 | 2009:07:04 09:47:36

방파제에서 바라본 가짜 청해진


방파제에 서서 멍하니 가짜 청해진과 바다를 번갈아바라봤다. 뭐하러 여기왔을까 싶었다. 내가 상상했던 셋트장하곤 거리가 멀었다. 다른 셋트장도 이 모양일까 싶었다. 아직 다른 드라마/영화 셋트장은 못가봤지만. 합천에 《태극기 휘날리며》 셋트장은 제법 분위기도 잘 살리고 잘 만들었다는 데 그곳이나 가봐야 겠다. 쩝. 투덜투덜 거리며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양주를 지나 청해진(?)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왕 온 거 나머지도 마저 보고 갈려 했다. 가다보니 백사장에 웬 구멍이 많다. 거의 정확한 동그라미로 동그랗게(........) 그려진 구멍이다. 뭔가 하고 이렇게 쳐다보니까, 어구를 정리하시던 주민 분이 "그거 게 구멍이야"라고 알려주신다.

"게요?"
"응. 게가 여기 많이 살어. 잘 보면 보일 거야. "
"여기 한 마리 지나가네"

사투리는 생략했다. 대충 얘기해주신 게 그렇다. 같이 일나오신 아주머니(아마 부인 듯 싶었다)가 모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셨는데, 보질 못했다. 나도 백사장을 내려보는데 아무리 훑어봐도 보이질 않는다. 그저 구멍만 보였다. 게가 백사장에 구멍을 파고 살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호기심이 동해 최대한 무릎을 숙여 게를 찾았다. 그런데 안보인다. 안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

NIKON D90 | 2009:07:04 09:51:38

이런 게 구멍에서 살고 있는 게는...


NIKON D90 | 2009:07:04 09:53:05

이런 모습이다;;;


게다. 아직 어린 놈같다. 이놈도 겨우 찍은 거다. 손톱크기 정도로 되게 작다. 작을 뿐더러 껍질 색깔도 모래와 똑같아서 눈빛으로 모래에 구멍을 팔 요량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으면 찾아내지 못한다. 누가 보면 모래로 게를 조각한 거라고 해도 될 정도다 ;;; 이 녀석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한 번 놓치면 절대 다시 찾지 못한다. 천적을 피해서 모래에 구멍을 파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쯤이야 천적에게 잡아먹혔던지, 간장 속에서 해수욕을 즐기다가 사람들 밥상에 올랐던가 했을 거 같다. 겨우 게 한 마리 찍고 나서 다시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NIKON D90 | 2009:07:04 09:57:32

청해진 마을 셋트 (1)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게를 보고 간장 게장 생각이 나서 입맛만 다시다가, 아까는 양주포구부터 먼저 가느라 입구만 보고 말았던 청해진 마을 셋트장으로 돌아왔다. 10여채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름대로 당시 마을을 잘 재현했다고 하지만, 내가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고, 아뭏튼 규모는 작다.

NIKON D90 | 2009:07:04 09:57:39

청해진 마을 셋트 (2)


NIKON D90 | 2009:07:04 09:57:57

청해진 마을 셋트 (3)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미술팀의 정성이 느껴진다. 진짜 황토를 쓴 건지, 황토색을 칠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척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실력보다는 부실한 사료와 부족한 예산이 1차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안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NIKON D90 | 2009:07:04 10:04:26

이도형 상단의 근거지_


그리고 여기가 악당 이도형 상단의 근거지. 안에 들어가봤는데, 별 거 없다. 탁자 한 개 정도가 있을 뿐인데, 이곳 발코니에 서니 바다 풍경은 좋다. 이런 작은 곳에서 상단을 시작해서 그 정도까지 올랐다면 (......드라마,, 드라마,, 드라마,,,) 이도형은 참 대단하다. 아, 그리고 보니 한화 이글스 선수 중에 이도형이란 선수가 있는데 올해 시즌은 어떤가 모르겠다. 두산 베어스에서 거포형 포수로 유망주였었는데, 진갑용과 홍성흔에 밀려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포수였는데. 이런 뭔소리 하누.

NIKON D90 | 2009:07:04 10:08:16

가짜 청해진 (1)


드디어 셋트장의 백미 청해진 군영이다. 꼭 조선 시대 지방 관아 같은 분위기로 지어놨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들른 진짜 청해진은 섬 하나를 통째로 성벽으로 삼아 지은 작은 산성이다. 복원한 진짜 청해진도 이것과 비슷하다. 아마 복원된 모습을 보고 드라마 제작진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비슷하게 지어놨다. 하지만 저 문을 지나면 안은 확 달라진다.

NIKON D90 | 2009:07:04 10:12:43

가짜 청해진(2)


NIKON D90 | 2009:07:04 10:17:44

가짜 청해진(3)


대충 전경은 저렇다. 실제 청해진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무너져 내린 성벽과 작은 치, 그리고 건물터 흔적 1곳만 있다. 이 셋트장은 순전히 드라마 제작진의 상상력의 소치다. 워낙 당시 사료가 부실해서 정확한 고증은 힘들테니.... 수만명(처음 장보고가 흥덕왕으로부터 받은 병력은 1만으로 알려져 있다)의 군대와 신라, 당나라, 발해, 일본을 잇는 해상 교역로를 장악한 장보고의 군영이니 실제로도 저 정도 건물들은 있었을 것 같긴 하다. 안에 들어가보면 이런 저런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모였다. 다만 조선 시대 건축과는 확실히 배치나 형태가 달라서 조선 시대를 무대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찍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청해진 셋트장을 돌아보니, 셋트장으로 만들었을 당시 모습 거의 그대로인 듯 싶었다. 거미줄이 좀 추가되고, 방파제가 추가되고, 작은 매점같은 것도 생기고, 자판기가 들어선 것말고는. 실망감을 안고 청해진 셋트장을 떠났다. 신라방 셋트장도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아 신라방 셋트는 버리기로 했다. 신라방도 버리고, 다음 목적지를 진짜 청해진으로 잡았다. 그리고 청해진 들르기 전에 완도 여객 터미널에 들러서 청산도 넘어갈 배 시간을 확인했다. 청해진 셋트장에서 남쪽으로 계속 달리면 완도읍이다. 그리고 계속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려 청해진 유적이 있는 장도로 향했다

NIKON D90 | 2009:07:04 10:53:58

실제 청해진이 있는 장도. 장보고 기념관쪽에서 찍은 듯.


A로 표시된 곳이 장도다. (출처:다음 지도)


장도는 썰물때 육지와 연결되는 아주 작은 섬이다. 장보고는 그곳에 군영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청해진이라 불렀다. 완도로 오기 전에 뒤져보니 썰물때 갯벌을 헤치고 지나가야 한다고 되어 있어서 걱정스러웠다. 장화를 빌려준다는 글도 보긴 했지만, 가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 궁금했던 건 장도가 수만명이 주둔할 수 있는 곳인지, 그리고 어떤 이점이 있어서 장도를 본영으로 선택했는지였다. 아무래도 수군과 무역선을 모두 관할하려면 웬만큼 규모가 되는 포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도로 가기 전에 먼저 장보고 기념관을 들렀다. 장보고에 대해 복습도 할 겸 뭔가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

장보고 기념관 사이트은 장도와 비스듬하게 마주보고 서 있다. 아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짓느라 저런 배치가 된 모양이다. 기념관 건물은 우리나라 전통 배 모양을 땄다. 2008년 2월 29일에 개관했으니 쌩쌩한 최신식 기념관이다. 입구까지는 습지에 놓인 나무 다리를 지나 가야 하는데, 한여름 뙤약볕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를 제대로 안해서 그런 건지 인공습지라 그런건지 몰라도 갈대 등 습지 서식 수종들은 다 말라죽어 있었다. 기념관 주변 논은 쨍쨍한데 말이다. 습지란 게 워낙 오랜 시간동안 자연에서 천천히 만들어진 것이라 인공으로 만든 습지는 버텨내지 못하는 걸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기념관은 그리 크지 않은데 사람도 별로 없어서 고즈넉하다. 그런데, 복습은 나름 했는데,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사료가 부족해서 그런가. 유물 유적이라고 전시해놓은 것도 그냥 그렇고. 장보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 초중학교때 알게 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새로운 내용이 없으니. 기념관 입구로 들어서면 나무 배 한 척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장보고 무역선을 현재까지 발굴한 사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한 고려 시대 무역선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모형 목선, 중국과 일본의 자료 등 아뭏튼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하니 장보고 선단에서 사용했던 배와 일치하는지는 만든 사람도 모른다는 얘기다. 어쩌겠나. 아직 신라 시대에 사용했던 배가 발굴된 적은 없으니.

NIKON D90 | 2009:07:04 11:16:13

장보고 기념관 안에 전시된 옛 배.


장보고 시대 무역선을 복원했다고 한다.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크진 않았다. 그때 장보고의 무역선단이 이용했던 배가 맞을까? 이 배의 특징이라면 역시 바닥 부분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평저선이 아니고,첨원저형이라 하여 밑이 뾰죽해서 먼 바다를 헤쳐나가기 유리한 형태다. 역시나 일본과 당나라를 오가며 무역하던 배답게 만들었다. 바닥이 평평한 배는 보통 연안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에 많다.

NIKON D90 | 2009:07:04 11:20:44

장보고 기념관에 전시된 청해진 모형


배보다 반가웠던 건 이 모형이었다. 헬기를 타고 장도 위를 날라다니지 않는 한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 힘든데, 이 모형으로 섬의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습과 아주 똑같이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심지어 나무까지. 1000년 전에는 창칼을 든 병사들이 몰려 있었겠지만, 지금은 산책하기 딱 좋다. 잘 보면, 바다쪽이 고도가 높고 완도와 이어지는 부분은 높이가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래서 여기를 본영으로 선택했나 싶었다. 원래 높은 지형인 (그래봐야 100여m지만) 섬의 동쪽을 천연 성벽으로 삼으면 되니까. 기념관에서는 이것 말곤 나는 그다지 건진 건 없이 나왔다. 이제 진짜 청해진을 둘러볼 차례.

NIKON D90 | 2009:07:04 11:46:00

신지대교.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다리다. 기념관에서 나와 장도로 가던 중 뒤를 돌아보니 저 다리가 보인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가려면 저 대교를 건너야 한다.


NIKON D90 | 2009:07:04 11:43:34

청해진 입구.


장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밀물때는 오롯이 홀로 서있는 섬이 되었다가, 썰물때면 갯벌로 완도와 연결되는 섬이다. 꼭 남녀 관계같은 섬이다. 떨어져있다가 이어졌다가, 그러다 다시 또 떨어지고. 그런데 사람들은 두 섬을 결혼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도와 완도 사이 거리가 가장 짧은 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금쯤이면 완공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갯벌을 메우는 건 아니고 다리를 놓으려는 것 같았다. 임시 물막이 둑을 두 둘로 쌓고 중간에 공간에 기둥을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가 끝난 건 아니었지만, 임시 물막이용 둑 덕분에 찐득찐득한 뻘밭을 지나가지 않고 장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NIKON D90 | 2009:07:04 11:48:10

장도 가는 길에 마을의 기가 막힌 돌담이다. 쿠스코 성벽마냥 가능한 틈이 없도록 짜맞춘 듯한 돌담이다. 그래도 틈이 생기는 부분은 작은 돌로 메워놓았다. 다채로운 색깔의 돌이 담이라기보다는 기하학 무늬 같다.


NIKON D90 | 2009:07:04 11:54:52

외성문


청해진은 내성과 외성으로 나뉘어 있다. 이 문은 외성문에 해당한다. 성벽이 낮아보이는데 복원과정에서 낮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섬의 동쪽은 높이가 높아서 섬 자체가 성벽을 이룬다. 따라서 바다쪽에서 청해진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청해진을 제압하려면 결국 육지쪽에서 밀고 가는게 그나마 손쉬운 방법일텐데, 육지에서는 썰물때를 조심하거나 육지에 주력군을 두어 완도에서 적을 격파하는 전략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군이 여기까지 몰려왔다면, 완도를 비롯한 주변 섬을 모두 제압했다는 뜻이니, 성벽 높이는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NIKON D90 | 2009:07:04 11:55:18

위치가 특이한 우물


더군다나 이 우물의 위치는 정말 특이하다. 보통 어떤 종류의 성이건 성 내부에 우물을 몇 개씩 마련해둔다. 장기 포위전에 대비해서 마실 물을 확보해두지 않으면 오래 못버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우물은 외성문 바깥에 있다. 안쪽에는 우물이 없다. 대체 왜 여기에 우물을 둔 걸까. 적이 쳐들어오면 이 우물을 사용할 수 없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전략이었나.

NIKON D90 | 2009:07:04 11:56:07

내성문. 외성문과 내성문의 차이는 특별히 없어보인다. 사료 부족때문에 발생한 복원 사업의 한계라고나 할까.


NIKON D90 | 2009:07:04 11:56:32

판축 상태를 보여주는 시설물


청해진 성벽도 판축식 토성이다. 토성은 축성기술이 낮아서 쌓는 것이고, 석성이 축성기술이 높아서 쌓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성을 쌓을때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성벽을 쌓았다는 것이 정답이다. 성벽은 적군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거나, 적어도 기어올라오기 힘들게 하는 도구다. 모든 성을 다 돌로 쌓으려 했다간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할 지 모른다. 목적에 맞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쌓되, 견고하게 쌓는 쪽을 택했다. 조상들은 그것뿐만 아니라 자연지형 자체를 성벽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산성은 산 자체가 성벽이 되고, 북한산성에는 거대한 바위 양쪽으로 성벽을 쌓아서 바위 자연석 자체를 성벽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했다. 흙으로 쌓은 성벽도 저렇게 판축 공법으로 제대로 다져놓으면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는 성벽이 된다. 이 전시물은 청해진 성벽이 어떻게 판축이 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NIKON D90 | 2009:07:04 11:57:08

성벽과 산책로 (1)

NIKON D90 | 2009:07:04 12:00:47

성벽과 산책로 (2)


NIKON D90 | 2009:07:04 12:07:10

성벽과 산책로 (3)

NIKON D90 | 2009:07:04 12:12:36

성벽과 산책로 (4)


병사들이 창칼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을 곳은 관광객의 산책로로 변해 있다. 뭐, 원래 성벽 안쪽은 몇 명이 한꺼번에 지나갈 수도 있고, 적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너비로 통로를 만들어놓고 있으니 그대로 산책로가 된다. 저 모습은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NIKON D90 | 2009:07:04 12:01:23

내성문쪽에서 바라본 외성문과 마을.


사진에 보이는 중간에 물막이둑이 있는 곳이 진입로 공사 중인 곳이다. 저렇게 양쪽에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안에서는 기둥을 박고 있었다. 지금쯤 완공했는지 모르겠다. 갯벌을 메우지 않고 다리를 놓는 것은 현명한 선택같다.

NIKON D90 | 2009:07:04 12:01:26

마을 전경. 바다쪽에서는 위치에 따라 장도가 가려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저 곳은 어항에 흔한 어촌 마을이지만, 1000년전 장보고때는 군대가 주둔하고 있지 않았을까? 장보고가 처음 청해진을 건설했을때는 신라 조정으로부터 군사 1만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장도는 작은 섬이라 도저히 1만명 모두가 주둔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고작 3,000명 정도가 최대 한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무기고, 식량창고를 비롯해서 청해진 대사의 집무실, 숙소,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할 일종의 사무실, 객사 같은 건물이 들어섰을 생각을 하면 1만명 모두가 장도에 머무를 수는 없다. 가장 가까운 저 곳에 주력 부대와 함대를 두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그냥 추측이다. 저 마을이 그런 마을이었다면, 천년 전 영화는 모두 헛되이 사라지고, 작은 어촌마을로 변해버린 세월의 변화무쌍함에 젖어봤다. 그런데 마을 이장님의 방송이 상념을 깬다. 무슨 방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

NIKON D90 | 2009:07:04 12:05:13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터다.


NIKON D90 | 2009:07:04 12:05:32

어딜가나 양식장.


성벽 위에 올라서 바다를 살펴봤다. 어김없이 양식장이다. 남해안에는 양식장이 참 많다. 어딜 가나 육지와 가까운 곳에 양식장이 들어서 있다. 저기 보이는 양식장은 뭘 기르는 건지는 모르겠다.

NIKON D90 | 2009:07:04 12:10:16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


저 작은 어선들은 뭘 잡고 있을까. 양식장 관리하는 배들인지, 아니면 세월을 낚으려는 사람들이 올라타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낚시대를 붙잡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난 낚시를 왜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손맛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NIKON D90 | 2009:07:04 12:10:45

판축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절개면


NIKON D90 | 2009:07:04 12:11:53

토성벽의 모습.(1)


NIKON D90 | 2009:07:04 12:15:01

토성벽의 모습 (2) 이건 우리 민족 고유의 성벽 방어 전술인 치같다.


주욱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나는 청해진을 관청들이 모여 있는 관공서 거리 쯤으로 생각했었다. 장도라는 섬에 있다는 것도 이번에 완도가면서 처음 알았고, 도착해보니 야트막한 섬의 지형을 잘 이용하여 축성한 요새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장보고가 역도로 몰려 암살당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기록들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지면서 사라졌을까.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우리 역사 사료를 많이 빼돌렸다고 알고 있는데, 그때 같이 없어졌을까. 해상왕으로 동북아시아의 해상 무역을 주름잡고, 신라 왕실의 왕위 다툼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장보고에 대한 기록이 이렇게 없는 것은 후대에 누군가 일부러 없애버렸거나 10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기록을 잃어버린 것일까? (불에 탔다든지, 전란 중에 없어졌다던지)
NIKON D90 | 2009:07:04 12:22:19

갯벌 위에 올라앉은 작은 어선. 뒤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은 주차장 겸 휴게소다.


청해진을 나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두번째로 간 곳은 청산도이고, 그 전에 잠깐 뱃 시간이 남아 신지도의 명사십리해수육장에 들렀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완도 다녀오기




  1. 물론 대륙백제 설은 공인된 설이 아니며, 소위 재야사학계에서 제시하는 주장이다. 《태왕사신기》는 대륙백제설도 참조한 시나리오다 [본문으로]

Trackback 0 : Comment 0

Write a commen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