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 푸른 바다와 섬, 그리고 이순신의 도시 통영 (1) - 통영시에서 소매물도 가기


대한민국 2008.10.07 08:39

통영을 가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올해 4월 쯤이었던 것 같다. 출근 지하철에서 쥔 어느 무가지에서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에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기에 카메라 든지 얼마안된 나는 호기심이 생겼고,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통영시를 가게 된 건 순전히 소매물도 때문이다.

소매물도를 뒤지면서 자연스레 통영도 뒤지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통영시에 대해 가장 궁금해진 것이 "한국의 나폴리, 통영"이라는 구호다. 솔직히 나폴리를 가보지 못했으니 필자가 직접 비교하지는 못하겠지만, "나폴리는 반드시 보고 죽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나다고 하는 나폴리의 풍경에 견줄만한 풍경을 정말로 지닌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래저래 통영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원래는 5월 중순 즈음에 여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4월에 일이 터졌고, 5월 ~ 7월 내내 통영 대신 도심을 바쁘게 누벼야 했다. 그러다가 계속 짬을 못내어 계속 미루어졌다. 9월 3일, 더 늘어지다가는 영영 못갈지도 모르겠다는 강박증이 도져 카메라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휙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 서울에서 소매물도 가기 ]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편을 이용할 거면 남부터미널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이나 거제도 장승포행을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남부터미널에서 장승포행을 탔는데 통영에 먼저 들른 후에 장승포로 가는 버스다.
두 터미널 모두 도착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으로 똑같다. 하지만, 우등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밖에 없다. 서울로 돌아올때 우등으로 끊으니까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왔다. 남부터미널은 심야 버스도 일반 버스다.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운임은 22,000원이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우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29000원 정도다. 편하기는 확실히 우등버스가 낫다. 갈때는 아무 거나 타더라도 돌아올때는 피곤한 몸을 생각해서 우등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돈이 좀 들더라도 낫다고 생각한다.
도착지는 모두 거제도로 연결되는 국도 변에 위치한 죽립 매립지에 새로 세워진 광천종합터미널이다. 이곳에서 시내 버스로 갈아타도 되고 택시를 타도 되지만, 택시를 타고 통영시 중심지로 갈 경우 대략 1만 5천원 정도 나올 것 같다. 상당히 먼 거리다. 비록 필자는 이곳에서 통영항의 여객터미널까지 약 2시간 정도 걸어갔지만 말이다. 광천종합버스터미널 정면에는 24시간 찜질방이 있으므로 그곳에서 피로를 풀어도 좋다. 하지만 필자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세종로 4거리에서 동대문까지 걸어다니는 것도 몇 번씩 했는데 그 정도 쯤이야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웬만하면 그냥 버스를 이용하시라.

통영에 도착하면 통영항 강구를 지나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표를 사면 된다. 여객 항로는 모든 섬을 다 돌아보는 게 아니라 2~3군데 섬을 거치는 배들이 정해져 있다. 소매물도 행 여객선은 매물도 행을 사면 된다. 여객선 항로는 통영 > 비진도 내항 > 비진도 외항 > 소매물도 > 대매물도 > 비진도 외항 > 비진도 내항 > 통영의 순이다. 배 시각으로 대략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표를 살때 매표소 옆에 소매물도의 조석 시간표가 월별로 게재되어 있으니 표를 살때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소매물도에 차는 가져갈 수 없다. 승용차로 갔을 경우에는 통영 여객터미널 주차장에 세워두면 된다.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다. 참고로, 통영여객터미널의 전화번호는 055-644-0364다.

남부터미널에서 23시 30분 버스를 탔으니 예정대로라면 새벽 4시 도착이다. 하지만 정작 통영에 도착한 시간은 0312시. 무려 48분이나 당겨서 도착했다. 정말 무서운 버스였다;;;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새벽 3시 12분에 뭘 하겠는가. 일단 커피 한 잔 뽑고 정말 난감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터넷에서 봤던 찜질방 간판도 보이고, 줄지어 선 택시도 보였다. 하지만 지난 번 광주에서 일도 있고, 서울에서도 종종 겪었던 지라 그 시간에 그곳에서 택시를 탈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버스는 안다니고, 택시도 탈 생각이 없고. 방법은 하나, 걸어가는 것이다!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걷기로 결심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대충 방향을 어림잡고 걷기 시작했다. 내려오기 전에 구글 어스와 네이버 맵 서비스에서 열심히 들여다봤던 지도와 버스터미널에 덜렁 세워진 관광안내도를 대충 머릿 속에서 대조하여 방향을 잡았다. 다음 여행때는 어디를 가던지 그 지역의 지도를 반드시 챙겨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경찰 지구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2명이 야간 당직을 서고 있었고 그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내가 어림잡은 방향이 다행히 맞았다. 내가 들고 있던 짐과 서울에서 처음 내려왔는데 걸어갈려고 한다니까 나이 많은 경찰관이 걱정 반 황당함 반이 섞인 표정으로 길을 알려주었다. 씨익 웃으며 "뭐 가보죠. 서울에서 한 두번 이 정도 걸은 것도 아닙니다" 라고 대답해주고 다시 길을 나섰다.

죽립터미널에서 통영시 중심부로 갈때는 거제도로 갈라지는 국도를 지나게 되는데 그 길은 조금(?) 경사가 져있긴 하지만, 거기만 통과하면 통영시 중심부는 대체로 평평한 편이다. 통영시 외곽은 좀 경사가 진 산으로 뻗지만 구시가지라고 해야 할 시청 주변과 강구항, 여객 터미널, 그리고 충무 해저터널이 있는 곳 등은 대체로 평평하다. 그 덕분에 통영시 중심부로 갈때는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04시, 통영시 입구에 해당할 원문환 파출소를 지났다. 원래는 죽립버스터미널에 내려야할 시간인데, 저 멀리 죽립터미널 건물이 어렴풋이 보이는 언덕배기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원문환은 예전에 통제영이 통영시에 있던 시절, 통영으로 육상으로 접근하는 적을 저지하기 위해 관문이 있던 곳이라 한다. 언덕 고갯길에 관문을 세운 셈이다. 관문이라 해서 지금처럼 검문소를 세운 게 아니라 성벽을 세운 것이다. 지금 이곳은 거제도로 곧장 달리는 국도와 통영시로 향하는 도로가 갈라지며, 예전 관문의 후계자라할 파출소가 서 있다. 넘을때는 몰랐고, 나중에 알았다. 이 고갯길을 넘자 드디어 통영 바다와 어항이 나타났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아 칠흙같이 어두웠고, 어둠 속에서 배들도 조용히 정박해 있었다. 언덕배기를 내려가면서 짭짤한 소금 내음이 내 손가락 대신 코를 후볐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로 솟구쳐 튀어나가 심하게 S라인을 그리는 땅들이 눈에 들어왔다. 외해에서 제 아무리 파도가 치고 태풍이 불어도 웬만큼 강력한 폭풍이 아니고서는 이곳은 별 피해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항 강구에 도착한 것은 05시 40분이었다. 이제 해가 어느 정도 뜬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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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05시 55분, 통영항 강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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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해가 뜬다!!


통영항 강구에는 거북선이 한 척 서 있다. 이 거북선은 본래 한강에 있던 것인데 휴전선으로 끊긴 임진강 물길이 남북 합의로 열렸을때 그 길을 따라 서해를 돌아 통영에 도착한 배다. 비록 그때처럼 돛과 노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실제로 움직이는 배다. 물론 실제 크기보다는 축소된 것이긴 하지만. 이 날 소매물도에서 돌아올때 이 배는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그 해역을 항해하고 있었다. 참고로 통영에서 해뜨는 걸 제대로 보려면 통영수산과학원을 찾으면 된다. 그곳을 방문했을때, 수산과학원 직원이 1월 1일 새벽에는 일출을 보러 통영 시민 수천명이 몰려온다고 하니 말이다. (일몰은 수산과학원 맞은 편에 있는 달아공원이 일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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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정박해 있는 어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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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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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여객터미널 가던 중에 만난 갈매기들. 이날 하루종일 갈매기는 참 자주보았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새벽 6시 즈음인데, 사람도 없고 어선들도 조용하다. 보통 필자가 알고 있던 것은 이 시간에는 이미 물고기 잡으러 바다로 나갈때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미 다 바다로 나간 건가. 강구에는 그 시각까지 술을 마시며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던 청년 2명과 산책 나온 아줌마 2명만 보였다. 충무김밥 사러갔을때 물어볼 걸 그랬다. 아침도 할겸 충무김밥 1인분을 사들고 다시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7시 10분에 첫 배라 서둘렀다. 여객터미널도 항구니 어차피 바다를 따라 난 길을 따라가면 나오긴 하겠지만, 혹시나 싶어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길을 물어 확인을 받았다. 목에 맨 카메라를 보고 여행자임을 알아보고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좀 멀다고 하면서. 하지만 여객터미널에서 강구까지 걸어왔는데 그 정도 쯤이야. 여객터미널까지 가면서 여전히 사람은 별로 못보았다. 갈매기들만 바다를 날며 부지런히 아침거리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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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터미널 앞 낚시 가게들과 김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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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통영여객터미널

0630시 즈음, 드디어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객터미널 앞에는 낚시 가게들과 충무김밥 집들이 잔뜩 있었다. 강구에서 샀던 충무기밥은 배고파서 오는 도중에 먹어버렸지만 별로 맛없었다. 필자 식성에 영 아니었다. 하지만 충무김밥집은 정말 많았다. 횟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통영만의 독특한 분위기인가 싶다. 여객터미널 앞 도로에는 건어물 가게, 낚시 가게, 충무김밥집들이 대다수다. 사진6에 찍힌 가게들은 그 수많은 충무김밥집과 낚시 가게들의 일부다. 대부분 관광객이나 낚시꾼들을 상대하는 것이다. 남해에서는 갯바위 낚시를 많이 한다고 한다.

새벽의 여객터미널은 평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산했다. 하지만 필자처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행선지마다 표를 사는 창구가 다르고, 소매물도 창구에는 특별시 9월 조석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필자가 간 날은 오후 2시부터 물길이 열린다고 되어 있었다. 조짐이 안좋았다. 왕복표가 약간 싸길래 샀는데, 나오는 배 시간을 꼭 맞춰서 탈 필요는 없다. 일단 오후 4시 표를 함께 샀다. 어쩄던 표를 사서 개찰구에서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름과 연락처를 적게 한다. 물어볼 걸 그랬다.

여객터미널에서 운항하는 배는 2종류인데 사람만 타는 배와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다. 카페리가 다니는 곳은 제법 섬이 큰 곳으로 한산도, 욕지도, 연화도 등이다. 소매물도와 비진도에 기항하는 배는 사람만 타는 여객선이다. 여객터미널 맞은 편은 미륵도인데 미륵산 정상을 배경으로 조선소가 들어서 있다. 이웃한 거제도 옥포의 조선소야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통영에도 조선소가 있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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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통영 여객터미널 맞은 편에 위치한 조선소. 여러 척의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조 중이었다. 뒤에 보이는 산은 미륵도에 위치한 미륵산이다. 이 산에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있다. 잘 보면 정상 부근에 돌출한 구조물이 보일텐데 그곳이 케이블카 상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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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 출발 직전의 소매물도로 가는 여객선 2층 갑판.


배는 07시 10분에 출발했다. 사진은 2층 갑판의 모습이다. 지역 주민은 별로 없고 대부분 소매물도에서 내리는 여행객들이었다. 메모해놓은 것을 보니 대략 3~40명이 탄 것으로 되어 있고 필름카메라, DSLR, 디카 등등 해서 카메라가 20대 가까이 등장했다. 나중에 이들 중 대부분은 나오는 배도 함께 탔다. 하지만 소매물도에 최근엔 최신식 펜션이 많이 등장해서(가보니 공사 중인 곳도 있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와도 되겠다. 오후에 소매물도에서 나올때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 아예 소매물도에서 하룻밤을 잘 생각으로 온 모양인 듯 했다.

배가 요란하게 엔진 내음을 내며 출발했다. 석유 냄새 사이로 시원한 바람과 짭짤한 바닷내음이 몰려왔다. 파도는 없다시피했지만, 배가 물길을 가르면서 바닷물이 조금씩 튀었다. 염분이 정밀 전자 기기에 별로 안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지만, 그냥 카메라 꺼내들고 사방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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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 여객터미널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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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아까 봤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배의 모습. 모듈식으로 건조하는 건가? 규모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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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 바다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갈매기들. 바닷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겪어봤던 필자는 그저 저녀석들이 신기하고 부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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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 먹이를 찾아 떠도는 외로운 하이에나가 아니라 갈매기들.


역시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여객선 선장은 지나가면서 한려수도에 대해 이것저것 방송으로 알려준다. 왼쪽을 보세요, 오른쪽을 보세요,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어쩌구 저쩌구. 목소리에 통영과 한려수도을 자랑스러워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적당히 말을 끊는 것도 좋아보였다. 그저 말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솔직히 처음 와본 입장에서는 보이는 섬들의 이름을 아무리 설명들어도 다 기억못하니 조용히 경치를 즐기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필자였다. 망망대해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의 모습을 보고도 시큰둥한 것이었다 -0-;;; 내가 감성이 메메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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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4] 미륵도와 미륵산. 오른쪽 정상 부근에 케이블카 상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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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5] 여객선에 갈라지는 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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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6] 여객선 안에서 바다 풍경 감상에 여념이 없던 두 아가씨. 이 사람들도 소매물도 가는 사람이었다. 소매물도에서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배에서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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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7] 비진도에 접근하는 여객선.


07시 40분 즈음 비진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진도는 항구가 내항과 외항으로 나눠져 있는데, 여객선은 두 곳을 모두 들른다. 먼저 들른 곳은 내항이다. 비진도 외항에는 백사장이 일품인 해수욕장이 있다. 9월이라 물론 해수욕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선수로 나갔다. 선수로 나가보니 바닷물이 요란하게 들이댄다. 방수캡을 씌울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배는 비진도 내항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타는 사람도 없었다. 07시 46분, 배는 다시 출발했다. 다음 행선지는 비진도 외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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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8] 선수에서 바라본 비진도. 내항에서 떠날때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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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9] 비진도 앞바다에서 어로 작업 중인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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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 비진도 앞바다의 바위 암초. 저곳에도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세지면 위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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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1] 비진도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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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2] 비진도 외항. 뒤에 보이는 백사장이 해수욕장의 일부다. 앞에 보이는 어선 옆의 뗏목같은 건 뭔지 모르겠다.


비진도 외항의 해수욕장은 멋져보였다. 이곳에서 몇 명 내리고 다시 배는 떠났다. 소매물도는 통영보다는 오히려 거제도가 더 가까울 정도로 먼 바다에 있다. 배가 바깥 바다로 나갈수록 파도가 심해지면서 배가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여객선의 좌우로 통로로 다닐때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얼핏 보기에는 파도도 그리 세보이지 않는데 배가 요동치는 것이 심해진다. 한국 해군의 2000톤급 울산급 호위함으로 원양 항해는 힘들다고 했던 것이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조금이나마 실감한 셈이 되버렸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그리 높은 파도도 아닌데 배를 심하게 흔들리게 만드는 바다의 힘도 새삼 곱씹게 되었다. 결국 촛불도 바다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비진도를 지나 바깥바다로 나갈수록 바닷물의 색깔도 청록색으로 바뀐다. 통영과 가까운 곳에서는 녹색을 띄고 있었다. 소매물도에 도착할때가지 뱃머리에 앉아 파도와 튀는 바닷물을 느끼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앉았다. 섬들도 뜸해지고 망망대해에 어선들과 지나가는 화물선 정도만 보였다. 그래도 연근해인데 이 정도면 태평양 한복판에서는 정말 심심하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카리브해나 지중해의 크루즈 여객선은 대체 무슨 재미로 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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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3] 배가 흔들려 초점 맞추기도 쉽지 않다. 어선들과 저 멀리 화물선이 보인다. 유조선인지도 모르겠지만. 중앙에 보이는 작은 섬은 무인도일까 유인도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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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4] 낚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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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5] 바다낚시꾼들을 태운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은 무척 평화로워보였다.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다낚시건 민물낚시건 낚시에는 영 관심이 안가는 터라 필자가 낚시대를 잡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나가며 보는 낚시꾼들의 모습은 여유있고 한가로워 보이는 것이 좋아보인다. 다들 나름대로 고민거리도 있고, 삶의 편안하지 않은 궤적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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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6] 오랜 자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바위 절벽.


사람만 어디 궤적이 있겠나. 섬들도 나름대로 험한 세상을 견뎌온 궤적들을 갖고 있지 않겠는가. 지나가며 본 섬들에 남은 흔적들은 오랜 세월 온갖 고난을 겪은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 성질머리가 이상해서 저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상을 느끼고 떠올리는 게 아니었다. 나중에 소매물도와 통영수산과학원을 다녀오면서 더 확실하게 드는 생각이 수만년전만 해도 한반도와 일본은 연결되어 있었고, 해수면이 상승해서 대한해협과 황해가 생길때 남은 산봉우리들이 지금 한려수도의 섬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앉았으니 말이다. 지질학이나 지구 역사를 소상히 아는 것도 아니면서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부터 하는지 모르겠다. 메마르긴 메말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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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7] 뱃머리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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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8] 좁은 통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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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9] 부지런히 어로 작업 중인 어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 물론 그 소설을 완독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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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0] 갑판에 비치된 구명보트.



2006년에 바닷가로 회사에서 워크샵갔다가 바다에 빠진 적이 있었다. 바나나 보트를 타던 중 수심이 좀 깊은 곳에서 누가 실수로 줄을 놓치는 바람에 바나나 보트가 뒤집혔던 것이다. 그때 맨 앞에 타고 있던 필자는 바닷물을 많이 들이켰을 뿐만 아니라, 체중때문에 자꾸 물속으로 가라앉는다고 여겨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었다. 물론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자꾸 물속으로 들어가 허우적댔던 것이다. 구명조끼를 자꾸 잡아당겨 물 위로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그때 느낀 공포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구명조끼에도 불구하고 빠져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그래서인지 소매물도 가는 배안에서 이 구명보트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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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1] 소매물도 앞바다의 바위들. 이 바위들도 이름이 있던데 잊어먹었다. 썰물때는 바위 하나가 더 튀어나온단다. 하지만 내가 갔을때는 밀물때여서 저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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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2] 소매물도 선착장에 입항하기 직전, 등대섬이 한 눈에 들어왔다.



08시 50분, 드디어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통영에서 대략 1시간 30분 ~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소매물도 선착장에 입항하기 직전, 등대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매물도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저곳이다. 하지만 몽돌해변(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연결하는 길)의 조석 시간때문에 결국 눈 앞에서 등대섬을 가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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